안녕하세요.
총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선거방송 속 표현의 자유와 언론매체에서의 대응 방식을 알아보겠습니다.
※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등을 지지하거나 비난하고자 쓴 글이 아님을 알립니다.
제137조의2(정강·정책의 방송연설의 제한)
①정당이 방송시설[제70조(放送廣告)제1항의 규정에 의한 방송시설을 말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을 이용하여 정강·정책을 알리기 위한 방송연설을 하는 때에는 다음 각호의 범위 안에서 하여야 한다. <개정 2004. 3. 12.>
공직선거법상, 정당은 방송을 통해 정강정책 연설을 할 수 있습니다.
방송의 내용이 특정 정당의 정책과 입장이 담겨 있는 만큼, 방송사는 방송 시작 전 연설내용이 우리 방송사와 관계가 없음을 안내하는 자막을 내보냅니다.

이 글에서는 정강정책 연설방송을 위주로 소개해 드리고, 저의 코멘트를 덧붙이고자 합니다.
위 영상은 한국에서는 '일본의 허경영'으로 잘 알려진 토야마 코이치(外山恒一)가 2007년 도쿄도지사 선거에 무소속 후보로 출마하였을 당시 방송된 그의 정견방송(우리나라의 정강정책 연설방송과 비슷합니다)으로, 굉장히 원색적인 표현과 중지를 올리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유명한 영상이여서 보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방송인데, 이런 내용이 버젓이 일본 지상파를 통해 방송되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내용이 방송되었을까요?
우리나라가 그러듯이, 일본도 마찬가지로 정견방송을 법으로 엄격히 규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정성과 자유로운 정치적 의사표현을 보장하기 위해 방송국은 어떠한 편집도 없이 그대로 방송해야 하며, 그 대신 방송국에게는 법적인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 덕분에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특이한 내용의 방송이 많은데요, 당장의 위의 토야마 코이치의 방송 외에도 다양합니다.
2019년 일본 참의원 선거에 비례대표로 출마한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현 모두가 만드는 당)의 타치바나 타카시(立花孝志) 대표의 정견방송입니다. "NHK를 쳐부수자"라고 수 차례 외치고, NHK 아나운서 불륜 사건을 언급하며 노상에서 부적절한 관계를 했음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연설이 NHK에서 방송되었다는 것입니다. 이후 타치바나 대표는 참의원에 당선됐습니다.

2020년 도쿄도지사 후보로 출마한 고토 테루키(後藤輝樹) 트랜스휴머니스트당 대표의 정견방송 갈무리입니다. 과거에도 그는 여러 정견방송에 출연하여 기행을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 정견방송에서 특정 신체 부분을 가리키는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였는데, 방송국은 이례적으로 그의 부적절한 표현 일부분을 편집을 통해 삭제한 후 방송하였습니다. 이에 그는 기저귀만 착용한 후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편집에 대해 비판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정견방송은 일체 편집해서는 안 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표현이 너무 저속해서 이례적으로 음성 일부를 편집해 방송했다는 점이 특이사항입니다. 이를 항의하는 내용도 버젓이 방송되었다는 점 또한 눈 여겨볼 점입니다.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 시기, MBC 뉴스데스크 앵커 출신의 신경민 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이 MBC에 출연해 정강정책 방송연설을 했습니다. 신 의원은 앵커 시절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논조로 뉴스를 진행했었는데, 돌연 앵커직에서 물러나게 되자 외압을 받아서 하차하게 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습니다. 이후 MBC는 낙하산 사장 논란과 파업, 인사 파동 등을 거쳐 한동안 추락을 면치 못하게 됩니다.
신 의원은 연설에서 MBC 추락의 원인이 권언유착에 있다며 비판하였고, 김재철 당시 MBC 사장을 맹공하며 이른바 '김재철방지법'을 만들겠다고 말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흥미롭게 본 연설입니다. 연설자는 MBC 출신 국회의원, 연설 내용은 MBC 비판, 방송된 곳은 MBC, 방송 시작 전 나오는 자막은 "연설내용은 MBC와 관계가 없습니다".
자세한 연설내용은 차치하더라도, MBC를 비판하는 내용이 MBC를 통해 방송되었다는 점이 제일 흥미로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연설 내용에 편집을 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집을 면치 못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다음은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경기도 부천시병 후보자 토론회 영상입니다. 부천시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했고, 2020년 4월 8일에 OBS경인방송에서 녹화 방송됐습니다.
※ 1시간 10분 34초부터 봐주세요.
토론회에 나온 차명진 당시 미래통합당 후보. 그는 말 한 마디로 자신의 정치적 커리어가 완전히 박살나게 되는데...
전문을 쓰려다가 내용과 표현이 너무 저질이라 차마 못 썼습니다만, 아무튼 요약하자면 차 후보는 토론회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향한 근거 없는 사건을 운운하며 막말을 쏟아냈습니다. 논란 이후 그는 당에서 제명됐고 그의 정치 인생도 끝장났습니다.
선거방송 규정상 편집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녹화 토론이었음에도 OBS는 그대로 방송을 내보냈고, 공공연히 방송에서 저속한 단어가 전파를 탔습니다.
※ 1시간 10분 34초부터 봐주세요.
이후 OBS는 OBS 뉴스 유튜브 채널에 토론회 다시보기 영상을 올리는데, 엄연히 선거방송 규정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및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와 협의하여 문제가 된 해당 발언을 편집한 채로 영상을 올렸습니다. 방송사 나름대로 해당 발언이 문제가 많다고 본 것일지도 모릅니다.

요즘 과거 막말 논란으로 물의를 빚은 후보들이 많습니다. 심각한 발언으로 공천이 취소된 후보들도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너무나도 당연한 것입니다만, 혹여나 표현의 자유라는 탈 속에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닐지 한 번 고민해 보아야겠습니다.
끝으로 4월 10일 총선 때 소중한 한 표 행사하시기 바랍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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