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린이날 사흘 연휴를 맞아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오늘은 신탁통치 오보사건에 대해서 간략히 이야기해보고, 고의 오보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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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 삼국외상회의가 끝난 직후인 1945년 12월 27일에 동아일보는 희대의 오보를 내보냅니다.
외상회의에 논의된 조선독립문제
소련은 신탁통치주장
소련의 구실은 38선분할점령
미국은 즉시독립주장
당시 소련은 즉시 독립을 주장했고, 미국은 신탁통치를 주장했으나 동아일보를 비롯한 각종 언론사들이 사실과 반대로 보도를 냈습니다.이 오보로 인하여 우익(반탁)세력과 좌익(찬탁)세력이 극심한 대립과 갈등이 일어났고, 결국 한반도 분단이라는 결과를 낳고 맙니다.
동아일보가 해당 오보를 낸 대표적인 언론사이지만 다른 언론사들도 동일한 오보를 냈으니 이 오보가 동아일보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라고 추론을 해볼 수는 있겠습니다.하지만 동아일보가 당시에 우익성향의 언론이었으며, 신탁통치를 식민통치의 일종으로 표현하여 고의적인 오보 내지는 의도적인 불신 조장이 아니냐는 의혹이 있습니다.
우리가 이 오보사건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사 사례와 함께 정리했습니다.
1. 사소한 오보가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이 오보 사건이 한반도 분단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비슷한 사례 하나를 가져와보겠습니다.
지난 22대 총선 당시 강북구 을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조수진 변호사가 과거 미성년자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하면서 피해자를 향한 부적절한 2차 가해성 발언을 했다고 보도되면서 큰 비판이 일었고, 결국 조 후보는 후보직에서 사퇴합니다.
하지만 조 변호사가 했던 것처럼 보도된 부적절한 발언은 사실 조 변호사가 아닌 다른 변호인이 한 말이었으며, 재판부가 이전에 선임된 다른 변호인들의 변론을 누가 했는지 구분하지 않고 판결문을 작성함으로써 오해가 일어난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미 조 변호사는 성폭행 피해자한테 2차 가해하는 나쁜 변호사라는 낙인이 찍힌데다가, 후보직까지 던지고 말았습니다.
해당 오보는 총선이 끝난 직후에 정정보도 되었습니다. 그러나 엎질러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습니다.
2. 언론사가 특정 프레임을 짜두었을 때 휩쓸리기 쉽다.
같은 내용을 보도하더라도 언론사마다 성향이 다르므로 입맛에 맞게 보도를 내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사실을 간과하고 보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해당 언론사의 프레임에 매몰될 수 있습니다.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2월 KBS 1TV에서 방송된 KBS 특별대담에서, 앵커가 대통령에게 김 여사의 고가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파우치', '외국 회사 쪼만한 백' 등의 표현을 사용하여 의도적으로 사안을 축소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해당 사안은 고가 가방을 받은 김 여사의 부적절한 처신이 문제인 것인데, 그 가방이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애써 논점을 돌린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논란이 되자 앵커는 9시 뉴스에서 멘트를 통해 반론합니다.
어제(7일) 대담 이후 난데없이 백이냐 파우치냐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명품백을 왜 명품백으로 안 부르냐는 말을 했습니다.
백과 파우치 모두 영어인데,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같은 외신들은 어떤 표현을 쓸까요?
모두 파우치라고 표기합니다.
한국에서 이 제품을 팔았던 매장 직원도 파우치라고 말했고 김건희 여사를 방문했던 최 씨 역시 파우치라고 표현합니다.
제품명 역시 파우치입니다.
그렇다면 백이란 표현은 도대체 어디에서 시작된 걸까요?
하지만 해당 반론도 부적절합니다.
우선 외신 보도를 통해서 자신의 '파우치' 표현을 정당화하려는 것부터가 외신의 권위에 기대어 호소하는 오류입니다. 또한 외신 중에서도 '디올백', '핸드백'이라는 표현을 쓴 언론사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 파우치라고 표기한다"는 앵커의 반박은 잘못입니다.
한편 반박하는 앵커도 정작 대담 당시 '파우치' 운운하면서 '쪼만한 백'이라고 '백'을 언급했기 때문에 자가당착입니다.
JTBC가 뉴스룸에서 이를 비판하는 보도를 냈습니다.
따라서 같은 사안에 대한 보도를 접할 때는, 특정 언론사만의 보도뿐만이 아니라 다른 언론사의 보도도 함께 보아야 편향된 시각 또는 프레임에 매몰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고의로 오보를 내보내는가?
먼저 2023년 12월 18일 KBS 뉴스 9의 보도 일부를 보겠습니다. 인용구의 밑줄은 제가 임의로 친 것입니다.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는 며칠 전 북한이 ICBM을 발사할 징후가 있다는 정보를 언론에 밝히면서 사전에 공개적으로 대북 경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전임 문재인 정부때는 북한의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고 불상의 발사체라는 말까지 만들어 냈던 것과는 180도 달라진 대북 대응인데, 어떻게 북의 도발 시점을 정확히 예측할 수 있었는지 송금한 기자가 보도합니다.
그 다음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노조)의 제304차 공정방송위원회 결과 보고서를 보겠습니다.
2. 12월 18일 <뉴스9> ‘한미정보당국, 핀셋같은 ‘정보’ 입수…정보 고도화까지 남은 절차는?’ 등 앵커멘트 팩트 오류의 건
노측은 공영방송의 대표뉴스인 뉴스9에서 최근 사실과 다른 내용의 앵커멘트를 방송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건으로 12월 18일 보도 건을 들었다. 노측은 박장범 앵커가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미사일을 불상의 발사체로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임 정부가 북한의 눈치를 보고 정부가 불상의 발사체라는 단어를 ‘만들어 냈다’고 멘트를 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해당 건의 경우 담당 팀에서 조차 그렇게 표현하면 안된다는 문제지적이 있었고, 편집부를 통해 앵커에게도 전달됐지만, 방송에서는 해당 표현으로 그대로 나간 것에 대해 의도성이 짙은 오보라고 지적했다. (중략)
사측은 ’만들어 냈다‘는 표현과 관련해 표현상의 오류가 있었던 것 같다고 인정하면서도 다만 다섯 글자만을 가지고 오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사측은 ’만들었다‘는 표현을 너무 기계적으로 해석하지 말라며 ‘문재인 정부때는 북한의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고’라는 부분에 중심을 둬달라고 설명했다. 전임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소극적으로 하다 보니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고 불상의 발사체라는 용어를 사용해 재창조했다는 뜻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후략)
KBS 노조 측은 박장범 앵커의 '불상의 발사체' 멘트를 두고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있던 표현인데 문재인 정부가 만들어 낸 것마냥 표현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방송 전에도 해당 문제에 대한 지적이 있었고, 앵커에게도 전달됐지만 그대로 보도가 나간 것은 의도성 짙은 오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대해 KBS 사측은 표현상의 오류는 인정하면서도 오보라는 지적에 대해선 동의하지 않으며,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소극적으로 하다 보니 미사일을 두고 불상의 발사체라는 용어를 사용해 재창조했다는 뜻으로 봐달라고 말했습니다.
위 사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습니다.
- 사실 관계 오류: '불상의 발사체' 표현을 문재인 정부가 만든 것이 아닌데 그런 것처럼 잘못 전달했습니다.
- 지적 미수용: 앵커에게 해당 표현이 문제가 있음이 지적됐음에도 수정 없이 그대로 방송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입니다.
- 납득이 안 되는 해명: 뉴스는 시청자가 이해하기 쉽도록 전달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앵커 멘트만 놓고 보면 시청자가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고 '불상의 발사체'라고 소극적으로 대응했지만 이번 정부는 적극적으로 나서는구나!"라고 잘못 이해할 수 있습니다. 사측은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때는 북한의 미사일을 미사일이라 부르지 못하고'에 중심을 둬달라", "전임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소극적으로 하다보니 불상의 발사체라는 용어를 사용해 재창조했다는 뜻으로 봐달라"고 해명했습니다. 해당 앵커 멘트가 문재인 정부의 소극적인 북한 문제 대응을 강조하기 위한 멘트라고 하더라도 이미 사실관계부터 잘못이며, 시청자로 하여금 오해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납득 가능한 해명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를 통해 KBS가 현 정부를 띄어주고 전임 정부를 깎아 내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잘못된 사실을 전달함으로써 고의 오보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습니다.
언론의 가장 큰 역할은 팩트를 전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언론이 자신들의 이익관계에 따라 언론 본연의 임무를 저버리고 의도적으로 오보를 낸다면 이는 언론이 아니라 간신배, 모리배 집단이나 다름없습니다.
언론은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사사건건 보도에 의도성을 주입하지 말고, 오로지 시청자와 독자의 눈치를 보며 진실만을 전달해야 합니다.
글이 쓸 데 없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원래는 신탁통치 오보사건 얘기 위주로 글을 쓰려고 했는데 쓰다 보니까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네요. 어찌 되었든 재밌게 읽으셨길 바랍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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