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저의 소중한 한 해의 절반을 순삭시켜버린 멀티미디어콘텐츠제작전문가 자격증(줄여서 멀미콘)을 취득하기까지의 여정과 후기를 적어보았습니다.
#01 필기

2026년 새해가 밝고 동시에 병장으로 진급했지만 그동안 개백수처럼 산 저는 지금이라도 괜찮으니 뭐라도 따자는 마인드로 미루고 미뤄둔 멀미콘을 준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여기서 멀미콘이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관하고 한국산업인력공단(HRDK)이 시행하는 컴퓨터 자격증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컴퓨터로 영상 만들 수 있는지 평가하는 아주 간단한(?) 자격증입니다.
기사는 아니지만 정기 기사 때 시험을 볼 수 있고, 학점은행제에서 18학점 인정해주기 때문에 기사급에 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말은 거창하지만 쓸모는 딱히 없습니다...

1월 12일, 올해 첫 정기 기사 필기 접수가 시작됐지만 일과 중이었던 저는 일과를 마친 후 뒤늦게 접수를 할 수 있었고, 겨우겨우 여석을 찾아내서 필기 접수를 했습니다.
한 달 가량의 시간이 남았지만 바로 필기 공부를 시작하지는 않았습니다.
멀미콘과 동시에 컴퓨터활용능력 1급 필기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컴활은 상시시험이라서 필기부터 후딱 해치우고 멀미콘을 준비하자는 마인드였는데, 두 번 연속으로 떨어지는 쓴맛을 맛봤습니다.

여기에 더해 개인적인 악재까지 겹쳐 멘헤라가 터져버린 저는 아무것도 하기가 싫었고 매일매일을 우울하게 살았습니다.
그래도 할 건 해야겠죠?
멀미콘 접수 해둔 게 있으니 시험 2~3주 전부터는 틈날 때마다 기출문제를 뺑뺑이 돌리며 필기 시험을 대비했습니다.
일과 중에는 할 일이 없을 때마다 미리 싸지방에서 출력해 온 문제를 풀었고, 일과 후에는 핸드폰 시간에 CBT 랜덤 문제를 돌렸습니다.
2월 21일, 산뜻한 토요일 아침.
무슨 시험인지 첨 들어본다는 인행반장님이 결재해 주신 외출증과 너 신문방송학과냐는 부대장님의 덕담과 함께 저는 부산국가자격시험장으로 출발했습니다.

부산국가자격시험장은 부산 북구 금곡동에 있는 한국산업인력공단 부산지역본부 안에 있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세월아 네월아 달리다 보면 율리역에 도착합니다.
내려서 3번 출구로 나가줍니다.

시험장 들어가기 전에 마침 시간도 좀 남았고, 배가 고프면 집중이 안 되니까 근처 돼지국밥집에서 국밥을 먹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입실했습니다.
모두가 다 멀미콘을 보는 건 아니고, 각자 신청한 종목 시험을 보더라고요.
솔직히 이때 엄청 많이 긴장했습니다.
기출 돌릴 땐 모든 회차와 랜덤 시험 커트라인보다도 넉넉하게 점수를 받았지만, 연습과 실전은 다르기 때문이죠.
특히나 저는 항상 실전에서 자주 말아먹는 타입이었기에 더 그랬습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이번에 떨어지면 두 달 뒤에 정기 기사 2회 필기 접수하고 5월 중으로 다시 시험을 보면 됩니다.
아무튼 시험이 시작되었고 열심히 문제를 풀기 시작했는데...

왜 다 첨보는 문제만 나오냐고
네 저는 거하게 망했습니다.
기출에서 본 적 없는 문제가 많이 나왔어요.
기출만 돌리면 된다며... 나를 속인거니?
그렇게 떨리는 마음으로 80문제를 다 풀고 가채점 확인을 했는데...

어 형이야
턱걸이로 커트라인 60점을 넘겼습니다.


기분이 좋아진 저는 서면 롯백에서 점심으로 아비꼬카레를 먹었습니다.
오랜만에 아비꼬 먹으니까 정말 맛있더라고요.
3월 11일, 합격 발표날.
가채점 상으로는 커트라인을 넘겼지만 혹시나 출제 오류로 답이 정정돼서 떨어졌으려나 걱정하면서 큐넷에 접속했습니다.


응 합격ㅋㅋ
그렇게 저는 바로 실기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02 실기
3월 23일부터 정기 기사 1회 실기 접수가 시작됐습니다.
멀미콘이 수요가 많은 자격증이 아니라서 시험장 수가 적다길래 무조건 바로 접수를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접수는 오전부터 시작인데, 오전에는 일과를 해야 하고, 일과 시간에는 핸드폰도 컴퓨터도 쓸 수 없죠...
마침 그날 출장 가시는 하사님 차에 꼽사리를 꼈기 때문에 열심히 빌어서 하사님 폰으로 시험을 접수했습니다.
그런데 부산에서 시험을 보려던 제 계획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부산에 제가 원하는 날짜와 시간대의 시험장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거 참 곤란했습니다.
고민하는 그 순간에도 여석은 줄어들고 있었기 때문에 저는 짱구를 굴려 5월 3일 일요일에 경기도 부천에 있는 시험장에 접수합니다.
마침 그 쯤이면 휴가 쿨타임이 돌 때였고, 올라간 김에 오랜만에 지인들이랑 같이 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죠.

접수를 마친 뒤에는 딱히 아무런 공부도 연습도 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부대 내 싸지방에서 애프터 이펙트를 설치할 수 있는 여건이 안 될 뿐더러 애펙은 거의 8년 넘게 만져봤기 때문에 아무리 못 해도 기본은 할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문제는 "궁궐"만 주구장창 나온다고 하니까 유튜브 영상 대충 한 번 잠깐 보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실기 준비는 딱히 한 게 없습니다.
사실상 아무런 대비도 안 하고 오로지 피지컬로 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한 달 넘게 뒹굴거리고...
5월 2일 토요일, 출타를 한 저는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갔습니다.



날이 흐렸습니다.
뭔가 축 쳐지는 기분이었지만 그래도 휴가니까 즐거운 마음으로 약속 장소인 건대입구역으로 이동했습니다.

먼저 서울역에서 4호선을 타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으로 갑니다.
2호선으로 환승해서 내선순환 열차를 타고 건대입구역에서 내립니다.
역 밖으로 나오면 멀지 않은 거리에 건국대학교가 보입니다.
주말이라 그런가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건대의 한 양꼬치 무한리필집에 방문했습니다.
오랜만에 고기랑 술이 들어가니까 말문이 터지더라고요.

역시 맥주는 정신병 치료에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실컷 떠들고 설빙에서 잠시 입가심으로 빙수도 먹어줬습니다.

그리고 오락실도 한 번 가보았는데요.
건대 펀시티의 근황이 궁금하셨던 분이 먼저 얘기를 꺼내셔서 제가 팝픈뮤직 재밌어보여서 입문해보고 싶다고 하니까 찾아간 김에 팝픈 하는 걸 보여주셨습니다.
참고로 저는 사요나라 헤븐이 명곡이라고 생각합니다.

23시가 다 되어 저희는 헤어졌고, 저는 시험장 근처에 잡아둔 부천역 근처의 한 모텔로 향했습니다.
아마도 푹 자고 일어난 저는 언능 씻고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을 했습니다.
모텔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가면 오늘 제가 시험을 볼 장소가 나옵니다.


바로 컴퓨터 학원입니다.
학원이다 보니까 필기 보러 갔던 부산국가자격시험장이랑은 분위기가 많이 달랐습니다.
시험 보러 온 게 아니라 학원에 연습하러 온 기분.
그래도 시험은 시험이니까 신분 확인도 하고 유의사항 안내도 들으니까 역시 시험이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시험은 9시부터 시작했습니다.
제한시간 4시간 안에 주어진 샘플 영상을 똑같이 만들면 됩니다.
역시나 "궁궐" 문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샘플 영상을 레이어에 올려두고 필요할 때마다 눈을 껐다 켰다 하면서 보면서 따라 만들었습니다.
중간 중간 막히는 부분이 있었지만 대충 노가다를 해서 야매로 때웠습니다.
어차피 이 시험은 결과물만 평가하기 때문에 과정이 딱히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손 가는 대로 이렇게 만지고 저렇게 만지고 안 되는 부분은 때우고 하니까 시간이 금방 갔습니다.
완성하고 제출을 했더니 11시 무렵이었습니다.
끝난 사람은 퇴실해도 된다고 해서 바로 짐 챙겨서 나왔습니다.
제가 1등으로 제출하고 제한시간의 절반 정도만 썼기 때문에 솔직히 좀 자만했습니다.
탈락할 거라는 걱정도 안 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실기는 결과물만 보기 때문이고, 샘플대로 거의 다 똑같이 따라했기 때문에 넉넉하게 합격 커트라인인 60점을 넘길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험장을 나왔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KTX를 좀 늦게 예약했는데, 생각보다 이렇게 빨리 완성할 줄은 몰랐습니다.
시간이 너무 붕 떠서 서울역 가기 전까지 뭘 할까 고민하다가 마침 슈퍼 마리오 갤럭시가 한창 상영 중이었어서 바로 군인 할인 받아서 영화표 끊고 용산으로 향했습니다.

제가 사랑하는 1호선을 타고 용산역으로 갑니다.
마침 용산급행 열차가 와서 빠르게 갈 수 있었습니다.

먼저 점심식사부터 했습니다.
어제 술을 마셨기 때문에 해장에 좋은 콩나물국밥을 먹었습니다.
현대옥은 언제 와도 국물이 진짜 맛있습니다.
원래 돼지국밥 아니면 국밥 안 먹었는데, 재작년에 전주 현대옥에서 콩나물국밥 먹고 그 맛에 푹 빠져버렸습니다.
시원 칼칼한 맛이 진짜 술술 잘 넘어갑니다.
분명히 해장 겸 점심식사하러 온 건데 순간 소주 깔 뻔했습니다.
그 정도로 맛있습니다.


용산 아이파크몰 도파민스테이션(이름이 뭔가 개웃김)도 둘러봤습니다.
여러 매장이 있지만 저는 단연 닌텐도가 끌리더라고요.
포코피아가 그렇게 재밌다는데...
나도 닌텐도 스위치가 있었더라면...
하아...


시간이 되어서 CGV로 올라갔습니다.
3년 전에 공군 기훈단 수료외박 나왔던 형이랑 친구들이랑 같이 여기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봤었는데, 감회가 남다르더라고요.
전편보다는 그래도 스토리가 볼만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요시랑 폭스가 겁나 귀여웠음


영화 끝나자마자 바로 나와서 서울역 가서 KTX 타고 부산으로 돌아왔습니다.
처음으로 청룡 타봤는데 첫 느낌은 이음이랑 비슷했어요.
정차역이 확실히 적어서(무려 서대동부!) 원래 KTX 탈 때보다 더 빠르고 편해서 대만족이었습니다.
시간만 맞으면 또 청룡 타보고 싶습니다.
6월 5일, 대망의 실기 발표일이 밝았습니다.
결과는 바로...
두구두구두구두구두구



해냈다구.
#03 후기

멀미콘은 사실 영상 등 관련 업계 취업에 그렇게 유용한 자격증은 아닙니다.
업계 특성상 얼마나 실력이 있고 무엇을 만들었는지를 중요하게 보기 때문에 자격증보다는 포트폴리오가 핵심이죠.
하지만 제가 비전공자 아마추어 주제에 영상 만들고 디자인한다고 감히 거들먹거리고 다녔고, 그동안 해오던 게 있어서 이걸 묵히기에도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이번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필기는 솔직히 어려웠습니다.
CBT 문제은행 방식이라 기출 뺑뺑이만 돌리면 된다지만, 이론 자체가 생소한 내용들이 너무 많습니다.
멀티미디어, 콘텐츠랑은 관련 없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데이터베이스 문제도 나오고 기존에 나온 적 없는 새로운 문제들도 섞여서 나오기 때문에 필기를 뚫는 게 제일 중요합니다.
저는 (비록 두 번이나 떨어졌지만) 컴활 1급 필기 준비하던 게 있어서 컴퓨터, 데이터베이스 문제는 아주 낯설진 않았습니다.
실기는 상대적으로 쉬웠습니다.
애프터 이펙트 등 프로그램을 어느 정도 만져본 적이 있으시다면 특별히 준비하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연습 없이 피지컬로만 시험 봐서 넉넉하게 합격했으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결론은, 멀미콘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실기보다는 필기 준비에 더 만전을 기하시는 게 어떨까 감히 조언해 봅니다.
필기를 붙어야 실기를 볼 자격이 생기기도 하고, 필기가 실기보다 많이 어렵기 때문이죠.

실제로도 실기는 10명 중 7~8명 정도 합격하지만, 필기는 10명 중 합격자가 5명이 채 안 됩니다.
따라서 내가 영상 좀 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필기에 올인하시는 게 좋습니다.
오늘 글은 여기까지입니다.
오랜만에 장문의 글을 작성해서 허리도 아프고 눈도 아프네요.
빨리 누워서 쉬고 싶습니다.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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